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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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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을 잃어버린 김에 아이폰까지 사게 된 이야기.

July 14, 2026

일상Apple2026

에어팟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디든 들고 다녔습니다. 주머니 속 가장 깊은 자리, 늘 그곳이 자리였습니다. 오래된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작은 나의 에어팟.

그 에어팟이 어느 날 사라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올려둔 기억은 있는데, 정작 눈으로 확인한 기억은 없었습니다. 서랍을 열었다 닫았습니다. 가방을 뒤집어 털어보기도 했습니다. 몇 번을 되짚어도 남는 건 하나,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쥐었다는 감각뿐이었습니다.

며칠은 그런대로 지낼 만했습니다. 집에서야 이어폰 쓸 일이 많지 않으니까요. 없으면 없는 대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학교로 가는 기차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옆자리 대화, 차창 너머 안내방송, 바퀴가 선로를 물고 넘어가는 소리. 늘 있었을 소리들인데, 그제야 들렸습니다. 예전엔 이 모든 걸 지운 채 그 자리에 나만의 정적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는 걸, 그 정적이 얼마나 소중한 편안함이었는지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버즈? 에어팟?

이왕 다시 살 거라면, 이번엔 제대로 고르고 싶었습니다. 버즈4 프로로 갈지, 다시 에어팟4 ANC로 돌아갈지부터 정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바로 청음 매장으로 향했고, 그곳의 이어폰을 하나씩 껴보면서 자연스레 음질 말고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에어팟이 애플 기기와 맞물려 이런저런 기능을 붙여주듯, 버즈도 갤럭시와 짝을 이루면 딸려오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Find My 같은 것들 말입니다. 기왕 살 거, 그런 것들까지 다 누려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은 점점 버즈 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노이즈 캔슬링이었습니다. 다른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정작 매일 쓰는 순간에 소리를 얼마나 잘 막아주느냐가 우선이었으니까요. 버즈4의 ANC는 에어팟4보다 한 수 아래였고, 버즈4 프로는 커널형답게 확실히 잘 막아주었습니다. 문제는 이어팁이었습니다. 제 귀는 유독 작은 편이라, 커널형 특유의 압박감을 오래 견디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시 에어팟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찾았다!

에어팟은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어이없게도, 그 사이 저는 이미 다른 결론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쓰던 걸 계속 썼을 뿐, 왜 에어팟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버즈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말을, 딱히 근거 없이 몇 년째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막상 버즈를 손에 껴보니,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그냥 에어팟이 편했던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에어팟을 제대로 쓰려면 애플 기기가 필요한데, 저는 안드로이드였습니다. 몇 년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언젠가 버즈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핑계가 있는 한 굳이 마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 핑계가 사라지자, 남은 건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폰 17을 샀습니다. 에어팟 하나 잃어버렸다가, 결국 휴대폰까지 바뀌었습니다.

The iPhone 17 resting at an angle on a dark desk

이왕 쓰는 거

에어팟은 원래 좋았던 만큼 그대로 좋았고, 거기에 그동안 잘려 있던 것들이 붙었습니다. Find My가 되고, 배터리 잔량이 뜨고, 연결도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대단한 기능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원래 있어야 했는데 없던 것들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이폰 자체도 좋았습니다. Face ID도, 글래스모픽한 애플 특유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손이 작은 편인데 쓰던 갤럭시는 상당히 컸던 터라,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물론 어색한 것도 있었습니다. 뒤로가기가 없다는 점, 그리고 천지인 키보드를 쓰던 사람이라 QWERTY로 넘어와야 한다는 점이 그랬는데, 하루 만에 금방 적응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써본다는 마음에 들떠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맥북 같은 다른 애플 기기들도 차례로 써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만족스럽네요 ⸜(。˃ ᵕ ˂ )⸝♡

The iPhone 17 and my old Android phone side by side, with the AirPods case behind them

갤러리

The AirPods case, the iPhone 17 in a clear case, and my old Android phone lined up on a desk
The same three laid out at an angle, the AirPods case in front
The iPhone 17 and the Android phone side by side, both lock screens reading 8:35
The two phones on a cluttered desk, cables and the AirPods case behind them
The iPhone 17 alone on the desk, showing its lock screen
The iPhone 17 lying flat on a dark desk surface
The iPhone 17 resting at an angle on a dark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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